인터넷, 환상 공화국

	한 경 훈 (지승미디어 대표) 정보 사회는 컴퓨터를 배제하고는 언급할 수 없는 주제이며 또한 인터넷을 제 외하고 정보 사회를 언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 경제의 산업 화가 단지 경제적인 영역에만 국한되는 주제가 아니듯 정보 사회라든가 인터넷이라는 주제도 단지 첨단 과학 기술이나 컴퓨터라는 영역에 국한하여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분명 우리는 지금까지는 서구 제국의 과학 기술 문명을 외형상 너무 잘 쫓아온 것같다. 마치 우리가 세계의 과학 기술의 행진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과연 그러한가. 본인으로서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인터넷으로 정보의 대량 상품화가 가속화되어가고 있고, 이러한 정보 경제는 명백한 산업의 운명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통제를 초월한 자연적인 과정으로써 광대하고 불가피한 하나의 변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나아가 21세기를 이미 현재의 상황과 환경 속에 함입시키켜 현실이라 는 외부 물리적 세계와의 더 큰 고립을 야기시키고 있다 함은 지나친 생각일까. 여하튼 인터넷이라는 신화적 에너지에 의해 우리 국민들은 자동 항법 장치의 운 항에 놓인 꼴이 된 셈이다. 흔히들 인터넷을 열린길, 뉴프론티어, 제한받지 않는(자유로운) 야성의 세계라 말하거나 정보에 대한 전 세계적인 접근은 약자에게 힘을 주고 이 세계의 독재자들을 무력케한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식의 수사학적인 설명과 우리 나라와 같은 제 3세계와의 현실간에는 엄청난 계곡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엄두에나 두고 하는 말일까. 만연하는 공무원 부패, 실업, 민중들의 삶의 물질적 정신적인 박탈, 세계와 현실을 직시할 수 없는 실질적인 문맹, 민족적인 정체성의 상실을 뒤로하고 새로운 인간의 장을 열 수 있을까?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국제화라는 빌미로 지금 우리의 삶을 갈기갈기 쪼개는 것을 익히고 있지는 않은가. 정보 혁명이니 디지털 혁명이니 인터넷 혁명하는 식으로 요사이 우리는 아무 스스럼없이 혁명이라는 말을 남발하고 있다. 본인의 정서로는 감당하기 힘겹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으나 차분히 생각하니 이러한 혁명은 이전의 혁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려고 어떤 용어를 재해석하는 언어의 문제라는 생각에 미치자 말문이 막혀버린다. 이런 새로운 사고를 끌어 앉으려는 우리들의 성급함과 현 실 세계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째서 우리들은 이러한 세계를 원하고 있는가,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가에 과 연 답할 수 있을까. 결국은 이러한 정보/통신 사회 그리고 그 매개체로써의 인터 넷은 우리들의 도움이 없이는 한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그 자체도 시뮬레이션 화되어가는 현실도 그 폐해도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기꺼이 현실을 이탈하려는 행태와 이러한 가상 현실을 사려고하는 우리들의 의지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인터넷은 한 치의 틈새도 없이 전 국가의 국민들을 하나로 연결할 것이며, 우리 모두는 한 사람도 남김없이 컴퓨터를 보유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거대한 정보의 무게에 눌리게 될 것이며, 인터넷은 새로운 왕국을 건설할 것이며, 인터넷으로 우리의 삶 전체를 스크린 속을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되새겨 보았는가. 학제적인 도구였던 인터넷이 최근에 일반인들도 사용하게 된 것은 즐거운 일이 다. 이를 이용한 사람들 중 또다른 차원의 세계의 경험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기 집 한구석에 앉아서 웹이라는 도구로 화려한 그래픽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은 또다른 충격이다. 이제는 평면적인 화면이 원색에 가까운 그림과 3차원의 동화상과 음성과 음악이 우리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설레게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을 시외 및 국제 전화를 거의 무료로 할 수 있다니 환상 적이지 않은가. 과연 이것뿐이겠는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해가는 정보 테크놀로지가 이루어내는 인터넷 세상, 우리는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세계에 대한 감탄과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첨단 기술로 이루어진 인터넷을 가상의 공동체 또는 사회라고 하면서 첨단 테크놀로지를 주도하는 집단들이 제시하는 공동체에 대한 청사진을 본적이 있는가. 여전히 그들의 마음속에 있을 뿐이다. 향후 전개될 우리의 삶의 총체적인 전망을 못하고 이들이 하는 유일한 대답은 그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것뿐! 테크놀로지와 문명이 공동체의 주된 추동력 인양 말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현재의 1 만 1천개의 네트워크와 1천만대의 호스트는 21세기의 문턱에서 각각 1백 60만개 와 2억대가 될 것이며, 현재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주로 정보 검색에 이용하고 10%정도가 전자 상거래에 이용하고 있지만 좀더 활발한 전자 상거래를 위해서 데이터 전송의 고속화, 암호화 기술의 개발, 법제도의 개선등이 시급합니다."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결국은 토플러나 나이스비트류의 미래 상품에 우리는 중 독이 되어버린 듯하다. 니콜라스 네그로퐁트와 그 집단들이 합성적이고 인공적 환경의 공학적 가능성을 찬양하거나 환각의 지점까지 우리의 환경을 테크노로지 할 때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학제적인 것은 물론이고 비지니스, 정치, 교육, 예술등등. 이루 다 열거할 수는 없다. 왜냐면 현실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좀더 "강력하게"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이 가상 공동체에 서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성교까지 말이다. 이러한 환상의 세계가 연출하는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신념과 가치관을 대량 판매하는 환상 비지니스가 연 출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변신에 이동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에서 무엇 인가를 창조하려는 욕구가 너무 강렬하여 자신들의 균형 감각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은 인터넷을 대할 때마다 떠오르는 낱말들이 있다--방향이 없는 속도(速度), 전혀 자력으로는 머무를 수 없는 곳, 은둔이 아니라 은폐의 나라등등.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방향도 없고, 머물를 수도 없은 속도와 변신의 화신인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동체의 네티즌을 원하고 있는가. 인터넷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전자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정보 혁명은 무엇이 진짜 현실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의 경계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테크놀로지 집단의 정치적 충 격인가? 하필이면 문화가 아니라 정치이지? 폐부 깊숙히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혁명(그 구현체의 하나로써의 인터넷)은 문화적 상호 대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권력의 문제이며 분명히 문화적 틀을 통한 가상 공동체로의 대중들의 추락은 역겨운 정치적 현실의 논리에 의해서 이끌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 재 우리가 생각할 것은 정치 논리의 가상 현실뿐만 아니라 가상 현실의 정치 논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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