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를 어떻게 두드리나요?

	한 경훈(지승미디어 대표) 한 초등학생의 질문을 받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왜 그랬을까? 그 당시 "아, 그것은 모든 일을 조심해 하라는 얘기 야."라고 얘기는 해주었으나 나는 이 초등학생에게 무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억눌린 심경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이 말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을까. 과연 이 말이 한 개인에게만 한정되는 얘기일까. 이런 말이 생겨나기까지 어떤 역사적 시간이 흘렀을까. 과거나 지도자들이 이런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아마도 돌다리를 굳이 건너본 적이 별로 없었기에 몰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을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였다. 우리의 국가의 기둥이 과학적 사고의 단초를 보였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언제 부터 인지 愚問이라고 치부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러한 사회적 풍조와 교육적 질곡이 우리를 현재의 상태에 있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들이 컴퓨터를 배울 때 경험에 따르면 왜라는 질문은 통하지 않는다. 주어진 기계의 조작, 제공된 무른 모의 이용 방법 등. 산업계 또한 예외는 아니다. 리엔지니어링을 왜 해야 하 는지가 중심 과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가 중심과제가 되어버린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습관을 왜 바꾸는 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어떻게 바꾸는가를 생각한다. "왜"라 는 것에 초점을 두고 생각했다면 힘겨운 경제 상황 속에서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테크놀로지의 됫바리만 믿고 인간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일이 속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정보 공간이니 인터넷이니 정보화 사회니 하는 것들을 논의할 때 어째서 인가를 번민하고 무엇을 위해서 인 가를 생각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을 본적이 거의 없다. 있다 손 치더라도 공허한 메아리와 같은 것이거나 한 구석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해야 되는데..."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듯하다. 그저 구색 맞추기 식의 행사가 아니었던 가! 정보화 사회로 향하고 인터넷의 세계로 가는 도상에서 해결해야 될 것이 산적해 있음은 삼척 동자도 알고 있다. 직접적인 것으로 저작 및 특허권 문제와 이와 관련된 제반 법률상 문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실현성 여부, 경제적으로 노동 문제, 기업 윤리 문제, 사회적으로는 복지 문제, 사 회적 도덕성 문제, 교육 문제 등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아마도 우리의 가상이 아닌 현실 사회에서 일어나고 존재하는 모든 문제들이 가상 공간에서도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상 공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현실과는 동떨어진 새로운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차세대의 디지털적인 사고란 말인가. 시간의 연속성과 역사성을 무시한 절대 공간의 세계를 창출하려는 경향인가. 그래서 사이버스 페이스인가. 또 다른 "권력 게임"이란 말인가. 어째서 우리는 현실의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구분 지우려는 것일까. 과 연 구분이 가능하며 전혀 새로운 법칙이 적용될 수 있는 사 회일까. 연속적이고 관계 속에서 얽이고 설켜 살아가는 아날로그의 사회가 디지털의 사회, 사이버스페이스 사회보다도 열등하고 가치없는 사회란 말인가. 그렇다면 인터넷이니 정 보 사회는 하는 것들이 현실 사회의 한 요소가 아니란 말인 가. 물론 한 하부 문화를 구성하는 주된 매체에 따라 적용되거나 될 수 있는 법칙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째서 우리는 디지털 사회(혹은 인터넷)에 대해서 광 기에 가까운 찬사를 보내고 초야를 맞이하는 신부와 같은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현실의 힘겨움으로 새로운 준거 사회를 동경하는 마음으로 그러는 것일까. 사실 새로 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이 정보 사회에 대한 청사진은 과거의 어떤 것보다도 애매하기 그지 없다. 19세기에 인간의 의지와 실천, 그리고 이성에 의해 현실을 변화시키고 좀더 나 은 생명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논거가 20세기를 마무리 짖는 이 시점에서는 기술이 현재와는 다른 사회를 그저 변화 시킬 수 있다는 논거로 대체된 듯하다. 그런데 어떤 사회인지 분명치가 않다. 그저 편안한 사회라고들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재의 기술상의 난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지만 더욱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어인일 일까. 혹자는 사이버스페이스의 구축으로 더욱 민주주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또 다른 미래 상품과 하등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 시점에서 돈에 대한 우리들의 무기력으로 인해 이에 대처하고자 하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그 돈이라는 생존의 수단이 목적화되어 가 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인터넷을 들어가 봐도 무료로 괜찮은 정보를 이 용할 수 있는 사이트는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라는 인터넷 고유의 정신은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는 정보 사회와 인터넷을 맞이하는 자세가 어떠해 야 하는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저 테크놀로지에 자신들의 의지를 위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히 신과 같은 존 재가 되어버린 이 디지털 세계(현실 세계를 디지털화 하려 는 세력) 인간의 존엄성 마져도 삼켜버릴 기세로 그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단순히 情性的인 자세로 미래의 사회를 맞이할 수도 맞이해서도 안될 일이다. 사회의 윤리와 인본주의적인 우주와 인간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왜,why)이 산업 사회를 거치면서 자연과학과 테크놀로지가 그 위상을 잡아가면서 나온 질문(어떻게,how)으로 이제는 우리들이 항해하고 있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중심이 되는 질문(어디, where)라는 질문으로 변천해가면서 민족의 주체성(단순히 근대에 이루어진 민족 국가를 의미하 는 것이 아니다)과 역사적이고 관계적(사회 및 자연에 대 한) 개별체로서의 인간의 정체성을 빼앗아 수단으로 만드는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이 정보 사회의 본래 모습이 아닐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 마져도 든다.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테크놀로지라든가 디지털적인 매 체이기 보다는 인간적 관계와 신뢰의 가치가 자리잡아 인간 적이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적인 동력을 이뤄 나가는 우리들의 실천적 노력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닐런지. 분명 그 윤 곽조차 알 수 없은 정보 사회(인터넷은 그 초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에 대해 장밋빛 조바심으로 애태우기에 앞서 우리 주위를 둘러보고 가상이 아닌 현실의 우리 모습을 반추해 보고 현재의 질곡이 디지털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사이비 기계론을 과감히 거부하고 주체성과 분명한 정체성으로 관계적 모습에 대한 거대한 지도를 먼저 그리는 것이 정보 사회와 인터넷을 보는 기본적인 시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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