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는 "정보 시대"로 가고 있는가?

	한 경 훈(지승미디어 대표) 정보라는 용어는 이 시대의 전유물인가? 정보화 시대와 정보 시대와 무슨 차이점이 있는가? 정보는 디지털이다라는 등식 성립하는가? 작금의 우리 사회를 정보 문화 사회라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전국민이 PC를 보유하고 있고, 부가 가치 통신망이나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에 사용료를 지불하여 통신이 가능하게 되면 과연 이를 정보 사회라고 칭할 수 있는가? 현재 인터넷에 야기되고 있는 것들이 전통적인 관념과 상식, 그리고 관습적, 제도적 측면과 다르다고 해서 이를 하나의 문화 현상이 아닌 절대적인 문화 현상으로 보아 이를 정보 사회 또는 정보 문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물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보 테크놀로지에 의한 변화의 모습은 과거의 그 어 떤 것보다도 속도나 규모면에서 그리고 사회에 대한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과히 혁명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보 기술에 의한 변화가 현실의 우 리들의 생산적인 사회 문화적인 모든 활동과 어떤 연계를 지니고 나아가고 있는 가? 정보 사회를 이루어가는 도상에서 우리 문화의 자주성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진화적인 도약을 우리는 기대와 희망으로 일관할 수도 있고 우려와 두려움의 모습을 띨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이분법적인 태도로는 미래를 바르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정보란 용어가 보통 우리들이 "사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식가능하고 어의 (語義)를 전달하는 분별있는 진술을 지칭했던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진술 (陳述)의 어의적인 내용과는 무관하게 된 것 같다. 즉, 정보란 놈은 통신 교환의 순 수 계량적인 크기라는 모습을 띠어가고 있는 것같다. 따라서 더 이상 인간 사회의 관계적 모습을 띠지 않아도 정보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달리 말 하면 인간적인 경험이 수리적인 추상으로 전환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진화는 최근에 발생한 상황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러 한 상황은 역사적인 배경을 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주체적인 의도에서보다는 오히려 관리와 통제라는 지배 세력의 정치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것은 만인이 주지하는 사실이다. 이러한 원인이 그 도상에서 주체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결과를 빚기도 하였지만 그 역의 결과를 빚기도 하였다. 작금에 전개되고 있는 인격화되고 실체화된 정보화(그 대표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들어 나는 것이 인터넷이라 하겠다)의 직접적인 전조로 1890년대의 홀러리스의 "펀치 카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이것은 인간 소외의 상징이 되어갔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공 카드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접거나 꾸기거나 훼손하지 마시오: 나는 인간이오." 결국 인터넷은 또다른 현실이자 인격체로 변모해 가 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보 통신 테크놀러지의 급속한 발달과 정보화는 인간 마음의 신비화와 견밀하게 밀착된 모습으로 이와 관련된 이 신종의 테크놀로지의 절대화로 또다른 획일 성과 단편성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명 우리는 이미 어쩔 수 없이 기계에 연결되어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시장에도 견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아찔할 정도의 속도로 뻗어가는 인터넷이라는 인간의 통신망은 합리적인 절차에 의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영역의 지배 권력에 의해서 퇴색되고 희석화되어 비순수성, 무질서, 그리고 이러한 조직의 엘리트들의 시대 부응적인 안일로 방향성을 잃고 부유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아 무리 정보 통신 테크놀로지가 시대의 흐름을 좌지우지 한다 해도 이는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현실 세계와 등치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각 시대의 특징을 들어내는 명칭이 있다. 신념의 시대, 이성의 시대, 발견의 시대등등. 물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정보의 시대라 명명되었다. 우리는 이 단어(정보)가 끊임없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일반화된 데에는 다름대로의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즉, 외견상 특징없는 명칭을 기꺼이 받아 들이려는 시대에 무엇인가 중요함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신념, 이성, 발견이라는 단어와는 달리 정보라는 것은 무엇인가 부담이 안되는 안전, 애매 모호한 함축을 접할 수 있다. 이에는 극적이라든가 숭고한 목적 또한 없다. 정보는 무엇인가 안전한 중립 지대를 연상케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 실들의 간단하고 유용한 더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순진무구의 모습은, 가능하다면 그 목적의 노출을 전혀 원치 않는 테크노크러시적인 정치적 의사 일정의 완연 한 단초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으나 우리는 이식된 천민적 속성의 경제체제에 이식된 정보 통신 테크놀로지가 철저하게 시장성에 봉 사하고 있는 듯하다. 정보는 하나의 상품이 되었다. 사업상 가장 가치있는 상품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원이자, 자본이자, 바로 돈이 된 것이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는 진부한 어구를 믿는 기술자나 과학자들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아직도 이러한 명제를 신성시하여 각자 개별체의 사회적 윤리적 그리고 역사적 정체성을 망각한 채 미래의 정보 통신 사회와 그 문화를 건설하여 갈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의 전개되고 있는 정보화를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한다면 비록 단기적으로는 그 화려함을 구가할 수 있다고 해도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 선상에 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재난이 될 수 있을뿐더러 또다른 유형의 심대한 예속의 늪에 다시 한 번 자진해서 들어가는 꼴이 될 것이다. 정보화가 곧 인터넷(Internet, I-Way, Infobahn, Information superhighway, Info-way, cyberspace, the Net)이 아니지만 이와 관련된 테크놀로지는 그 핵심 적인 도구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 관련된 테크놀로지를 그 본질 적인 철학이나 사적 배경을 무시한 채 그 겉모습만을 模寫하고 있는 것은 아닐 까? 우리는 기업과 언론 매체나 정보 통신 테크놀로지 조직의 엘리트들이 폐쇠되 고 시뮬레이트한 현실을 생래적이고 자연적인 것이며 필연적인 것이라고 설파하여 자신들의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이해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생산적인 사회 문화적 활동의 모든 형식들과 상호 일치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정보 시대를 향한 진정한 혁명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인간 정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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