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리본

	한 경훈(지승미디어 대표) 얼마전까지만해도 파란색 리본이 장식되지 않은 웹사이트를 발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미국에서 "통신품위법(CDA, Communication Desency Act)"이라는 법제정을 둘러싸고 그 위헌성 여부를 밝히려는 대정부 공 동 전선을 펴기 위해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각 업체 및 단체들의 상징적인 브로치였던 것을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 블루 리본의 핵심 철학이 바로 인터넷의 핵심 철학이다. 즉, 어떤 검열이나 감시가 없 이 "모든 정보는 자유로워지길 원하다." 사실 멋진 의인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데 이 연합 전선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활동하였던 단체들이 도색성 정보를 제공 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법원에서의 결정은 물론 "통신 품위법"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났다. 그 후 웹사 이트에서는 하나 둘 사라져 가는 블루 리본... 이 리본의 의미를 재고케하는 현상 이다. 과연 이들 연합 전선들이 민주주의의 숭고한 정신을 이 가상 공간에서도 실현시키려고 싸웠던 것이였나.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에는 아직도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변화 무쌍하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작금의 현상을 명확하게 가타부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 상으로 보여지는 것들의 새로운 차원의 공간에서 빗어지고 있다해서 반드시 새로 운 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유아론적 사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왜냐면 어제가 오늘을 무력하게 하거나, 오늘이 내일을 무력하게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저께를 오늘 연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인터 넷에 감시. 검열의 물꼬를 터 이를 통제하려는 정치적 발상에 있지 않을까. 오히 려 우리의 물리적 현실의 최소한의 기본권 마져도 정보 공간에서는 그 범위의 폭을 넓혀 제한하려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새로운 가상 공간을 통제하려면 과거 의 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강박에 싸여있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저질스러운 도색성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여 자라나는 새싹들을 지키기 위함인가. 그러나 분 명한 것은 국민 주권이나 언론 출판 표현의 자유는 서로를 지지해주는 기반이지 만, 검열과 국민 주권은 서로를 갈아먹는 것이며 한 국가의 정치 제도하에서는 오랫동안 공존할 수 없다. 문자의 발명에서 인쇄, 전신, 라디오, 전화, 텔레비젼, 그리고 컴퓨터까지의 대 장정이 이제 막을 내리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듯한 느낌이다. 이 모든 것들이 기술적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든지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 다. 지난 과학 기술에 의한 새로운 발명품들과 기술적 혁신이 좋은 것이든 아니 면 그 반대이든 일방적인 효과만을 초래하는 것은 분명 아니며 이는 "사회적 성 장 호르몬"의 역할을 톡톡히 하여왔다는 데에는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모든 기 술은 우리에게는 축복이자 부담이기에 다만 우리는 이것이 옴살스러운(holistic) 인간의 모습을 띠어주기를 원할 뿐이다. 사실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제도도 현실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분명한 색깔이 있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는 기치하에 기술의 총아로써의 인터넷에서 의 모든 제도는 하나의 모습을 띨 뿐이라는 생각은 한편으로는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천사가 되거나 악마가 되는 것은 이것이 사회적 질서에 봉사하는 상징 및 기능의 사회적 관계에 따른다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 겠다. 다시말해 정 보의 공개냐 정보의 보호냐하는 문제는 동전의 양면일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정보 공간에서의 공통의 일반적인 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 다. 그러나 일반성은 그 뜻 그대로 최소한의 지침이나 제도일 따름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노력을 우리의 노력과 등치시킬 수도 없으며, 또한 편승할 수도 없는 일 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빈약하기 그지없는 인프라에 화려한 상부 제도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떠한 시대의 혁명이라도 거부된 진리의 상실 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말해 현실이라는 기반을 외면하거나 새로 운 논리로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격리된 제도를 일구어나 나간다면 가상 공동체 라는 사회는 존재의 의미를 잃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사업인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인 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미국의 뉴트 깅그리치라는 상원의원은 자신은 인터넷 을 표현의 자유 및 자유로운 정보의 교환의 도구가 아닌 바로 시장 그 자체로 보고 있다고 한다. 즉, 정보 시장의 한 자리를 지배할 수 있는 기회를 모든 사람 에게 부여한다고 말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이러한 현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할지라도 과연 시장=인터넷이 라는 등식을 성립시킬 수 있을까? 스티브 레비에 따르면 거대 기업들은 인터넷에 서 사업에 실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오히려 소규모의 무른모 업체같은 중소 기업 이나 사회 단체들이 들이 이를 성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주류 미디어들이 정의상 그들의 고객들에게 특별한 것을 제공하여 시청자들의 현존의 마음 가짐과 견해를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미디어들이 주류의 사고 비주 류적인 견해나 우던 좌던간에 근본적인 사고로 방향을 전환이라는 것은 거의 상 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들 미디어들은 대중의 견해를 형성하거나 이끌기 보다는 이에 단순히 답하거나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서 건설 적인 논의나 실질적인 행동을 도출하기 보다는 이들을 즐겁게하는데 혼신의 노력 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기존의 주류 미디어들은 새로운 사고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에 걸맞게 우리는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국민적 총의 (consensus)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너무나 미흡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공과 (功過)는 차치하고라도 대체로 지나치게 과거에 대해선 망각의 구조에 자진해서 들어가는 것같다. 그러나 인터넷은 그 質을 차치하고 우리에게 여과되지 않은 정 보를 제공한다. 도색성일 수도 있고, 허접쓰레기 같은 정보나 전자 우편일 수도 있으며, 조작된 정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정보를 이용한 사고는 기존의 미 디어가 제공하지 못한 사고의 광활한 대지라는 단초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는 단지 기술적으로 서프워치나 정크메일(junk mail)을 걸러주는 프로그램 및 서비 스이거나, 거대 서버내에서 추려지거나하는 시스템을 갖추거나 하는 기술적인 노 력도 필요하겠지만 우리에게 더더욱 필요한 것은 인터넷이나 정보 사회에 대한 열광적인 찬사와 신비화,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떠한 규제도 정보 공 간에서 쫓아낼 수 있고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함양하는 진지한 노력이 더 욱 시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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